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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57호]구경이, 법이 공정하지 않다면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39 등록일2026-04-08

드라마 구경이는 경찰 출신의 보험조사관 구경이가 베일에 싸인 연쇄 살인범 K를 추적한다는 플롯으로 진행되는 드라마다. 전직 형사가 연쇄 살인마를 추적한다는 줄거리는 자칫 식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보다 살인 사건을 계기로 얽히게 되는 두 명의 관계성과 내면 묘사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연출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신선하고 재치있는 연출이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보강해 즐거움을 준다.

연쇄살인마와 보험조사관

작품의 주동인물인 구경이는 전직 경찰인 보험조사관으로, 남편이 자살한 이후 알코올과 온라인게임에 빠져 사는 폐인이다. 그녀 시점의 장면은 마치 게임 속 한 장면처럼 연출해, 웃음을 주는 동시에 내면의 상처를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그녀가 어두운 방을 뒤로하고 세상으로 나가는 이유 역시 보잘것없다. 구경이를 걱정한 후배가 컴퓨터를 없애겠다는 협박을 하자 억지로 보험조사관 업무로 복귀하게 된다.

그에 반해 반동인물에 해당하는 K는 명문대에 다니는 부유한 대학생이다.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바람대로, 치밀한 계획을 통해 성범죄자, 폭력적인 기업인, 부패한 정치인을 죽음으로 이끈다. 시청자들은 부조리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정의 구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된다.

K가 법조차 벌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응징하는 모습은 히어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법도 윤리도 무시하고 달려가는 모습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불안감이 맴돈다.

응징받지 않은 자들

불가능한 우연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다. 그들의 죽음을 조사하던 구경이는 사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망자들의 공통점은 끔찍한 죄를 짓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품이 진행되며 둘 사이의 접점이 드러나며 극의 전개가 가속된다. K의 살인이 경찰이던 구경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며 충격을 준다. 그 사실은 구경이가 K를 저지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게 된다.

그들은 공동의 적인 부패한 정치인을 저지하기 위해 잠시 손을 잡지만, 결국 K 역시 지금까지의 행적이 드러나며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우리 사회의 정의란

전체적으로 쾌활한 분위기로 진행 되지만 그 과정에서 시사하는 주제는 가볍지 않다. 작품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단정짓지 않는다. K의 살인은 피해자들에게 구원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고통을 낳는다. 구경이가 범죄자들을 K에게서 구하는 것은 선행인 동시에 악행이 된다. 드라마가 시사하는 주제는 입안을 씁쓸하게 한다.

현실에 결말이 존재하지 않듯이, 작품의 결말에서 K는 다시 한 번 죽어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게 되고, 그녀는 탈옥을 계획한다. 그렇게 작품은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는 질문을 다시 화두에 올린다. 우리 사회는 정말로 정의로운가.


글 원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