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은 단순히 ‘가난한 시절의 슬픔’ 을 담은 회상시가 아니다. 시 는 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결핍을 넘어 시대 전체의 고 독과 상실감을 정면으로 응시 한다.
이 시가 발표된 1980년대 는 사회적으로 불안과 억압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언제 떨어 질지 모르는, 그리고 내외적으 로 불안을 견디는 오늘의 청춘 과 사회인들에게 ‘나는 못 살 겠다’는 절망의 독백은 낯설지 않다.
인상 깊은 시의 마지막 구절 인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 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반전처럼 다가온다. 고통 속에 서도 ‘아름다움’을 말하려는 그 마음이 인간의 존엄이다.
삶이 불안하고 세상이 각박 할수록 이 시는 우리에게 인간 다움을 잃지 말라고,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속삭인다.
글 이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