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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호] 트렌드 안에서 ‘자신의 기준’을 지키는 일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12 등록일2025-11-12

트민남’, ‘트민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단어는 트렌드 에 민감한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줄임말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유행 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가 되 었다. 유행을 좇는 순간 우리는 자신 의 색을 잃고 남이 설계해 둔 팔레트 안에서만 움직인다. 그리고 이 사실 은 현재 한국 사회의 소비 방식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감각 구조는 특히 물건에서 먼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라부부는 원래 일부 컬렉터들만 알던 장난 감이었지만, 유명 뮤지션과 셀럽이 SNS에 소장 인증을 올리자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중고 시 가는 원가보다 높아졌고, 사람들은 그 높은 가격을 가치의 증명으로 해 석했다. 결국 다수의 선택은 정말 좋 아서라기보다 이미 인정받은 취향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조정된 감각은 물건에서 끝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도 동일한 메커 니즘 위에서 굴러간다. 특정 카페의 톤앤매너, 사진 필터, 포토부스 프레 임이 한 시즌을 장악하면 사람들은 그 연출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카 페 선택 기준도 커피의 맛보다 사진 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가 중심이 된 다. 트렌드는 구매를 넘어 일상의 미 적 기준까지 설계하는 구조가 된 것 이다.

사실 트렌드라는 말은 본래 경제 학 개념이었다. 특정 지표가 장기적 으로 향하는 방향을 뜻하며, 한국은 행 경제용어사전도 이를 일시적 변동 과 구분되는 구조적 흐름으로 정의한 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에서 트렌 드는 더 이상 장기 방향의 개념이 아 니다. 플랫폼과 기업은 이용자의 시 청 시간, 스크롤 속도, 저장 여부, 구 매 이력을 정교하게 계량화하고, 어 떤 이미지와 감각을 더 많이 노출해 야 장기 소비가 늘어나는지 계산한 다. 현재 우리가 느끼는 세련됨이라 는 감각은 대중의 자발적 취향이 아 니라, 기업의 수익 전략에 맞춰 설계 된 결과에 가깝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 구조를 거 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반복 노출된 이미지가 감각의 기준선을 만 들고, 그 기준을 따라가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든다. 특히 대학 생들 사이에서는 이 기준이 더욱 강 하게 작동한다. 2024년에 발표된 서 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따르면 20대의 소비 결정에서 시각적 SNS 공유 가능성이 브랜드의 가치보다 더 높은 선택 기준으로 작동한다고 발표했다. , 2023년 한국소비자원 의 조사에서도 2052.4%직접 써보고 판단한다보다 “SNS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는 이유로 구매를 결 정한다고 응답했다. 소비는 취향의 표현이 아니라, 현재의 흐름 안에 있 다는 신호로 기능한다.

행동경제학자인 카너먼과 트버스 키는 사람이 모호한 선택보다 검증 된 선택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불 확실성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 래서 우리는 이게 예뻐서 구매한다기보다 많은 이가 이미 예쁘다고 인 정한 것을 선택한다. 이때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스스로 설정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경제학적으로도 회 복이 쉽지 않은 기회비용이다. 그리 고 한번 평균에 맞추기 시작한 소비 는, 이후 판단 기준의 기준선 자체를 바꾸어버린다.

우리는 종종 내가 좋아하는 것이 라고 믿으며 소비한다. 그러나 플랫 폼은 취향을 관찰한 뒤 수집하는 수 준을 넘어, 무엇을 좋아하게 만들지 를 설계해 평균값 취향을 기준처럼 제시한다. 그러면 선택은 취향의 표 현이 아니라, 설계된 감각의 경사에 따라 움직이는 모사로 바뀐다.

특히 SNS에서 많이 보이는 검증 된 취향은 빠르게 전파되며 다수의 선택을 하나의 기준으로 전환한다. 소비자는 그 기준을 객관적이라고 느 끼지만 사실은 알고리즘이 걸러낸 평 균값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 요한 태도는 유행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따르는 이유를 한 번은 묻는 일이다. 핵심은 많은 정보 를 그대로 소비하는 것보다, 그 정보 가 어떤 기준을 거쳐 자기 안에 자리 잡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진짜 취향은 주어진 선택지 중에 서 하나를 고르는 데서 완성되지 않 는다. 그 선택의 기준을 스스로 설 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취향은 자기 것이 된다. 결국 취향의 주도권은 선 택지가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사람에 게 남는다.

수많은 이미지와 권유 속에서도 자 신의 기준을 스스로 세울 수 있는 사 람만이, 결국 흔들리지 않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글 박수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