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요즘 같은 시대, 사람들에게 취미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도피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취미는 선택적인 여가를 넘어, 삶의 균형을 지키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필수적인 통로로 자리 잡았다.
또한, 본업에서 충족되지 않는 만족이나 성취를 채우고자 할 때, 취미는 자기표현의 장이 되기도 한다. 직업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일들을 자유롭게 실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란 본디 개인의 내적 만족과 사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한 자유로운 활동이지만, 사회적 맥락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 의미와 가치는 종종 달리 해석되곤 한다. 어떤 활동은 세련됨과 교양을 상징하는 ‘고급 취미’로 일컬어지며 사회적 지위나 안목의 지표로 여겨지기도 하는 반면, 또 다른 활동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나 가벼운 오락으로 치부되며 그 깊이나 가치를 평가절하당하기도 한다. 이렇듯 동일한 ‘취미’라는 이름 아래 놓인 활동들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인식에 의해 위계화되며, 때로는 한 사람의 정체성과 품격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취미에 ‘격’이 존재하는 것일까. 와인 테이스팅, 골프, 고급 악기 연주 등은 큰 비용과 자원이 요구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산책, 독서, 손바느질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활동은 낮은 격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차별적 인식은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지위의 상관관계에서 비롯된다. 비용과 장비, 장소 등이 요구되는 활동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얻지만, 별다른 자원이 필요 없는 활동은 가볍게 취급된다. 또한, 희소한 기술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활동은 특별하게 평가되지만, 뜨개질이나 그림 그리기처럼 몰입을 요하는 활동은 단순한 여가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취미의 격 차이는 활동 그 자체의 본질보다는 외부적 조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취미의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이나 타인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해당 활동에 얼마나 몰입하고 어떤 경험을 얻는가에 있다. 동일한 악기 연주라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며 자기만의 음악적 성취 추구와 단순히 사회적 과시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취미의 의미는 경제적 비용이나 사회적 시선보다는 개인이 활동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 성장 경험, 그리고 삶에 부여하는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취미의 ‘격’은 외부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그 활동에 몰두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고급 취미와 하급 취미의 구분은 사회적 편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취미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삶의 가치를 더해가는 경험을 쌓는 것. 그것이 진정한 ‘취미의 가치’가 아닐까.
글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