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대학신문방송국

HIGHHANBAT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여론

[553호] 차가운 도시의 불빛에서 피어난 사랑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39 등록일2025-10-01

거대한 도시의 풍경은 언제나 화려하다. 수많은 불빛이 거리를 채우고 사람들은 바쁘게 각자의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종종 외로움에 부딪힌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바로 그 외로움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이해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눈치를 보거나 계산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 재희와 반대로 계산적이며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사는 성소수자 흥수가 클럽에서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은 대학 동기지만 둘은 소위 아웃사이더로 불리며, 재희는 클럽 죽순이로 이름을 날리고 흥수는 성 정체성이 들통날까 자신을 철저히 감추며 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흥수에게 재희는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드문 존재였고, 재희에게 흥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였다. 둘은 서로의 이상형이 아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싶은 순간이 쌓이며 그들의 관계는 점점 특별한 무게를 가지게 된다.

영화는 20살부터 33살까지 재희와 흥수가 함께한 13년의 세월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연애와 유흥에 빠져 지내던 20대 초반을 지나 군 생활을 하는 흥수와 취업 준비에 집중하는 23살의 재희, 사회 초년생으로 성장한 27살의 재희와 여전히 방황하는 흥수. 가까웠지만 점차 다른 길을 걷는 두 사람의 삶은 청춘의 불안과 흔들림,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어른으로서의 고민을 그대로 비춘다.

극 중 흥수는 성소수자인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다. 사회가 주는 멸시와 낙인의 시선은 그를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춘 채 버텨내야 했다. 그러나 작아지는 자신을 극복하고자 처음으로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결심한다. 냉정한 반응을 예상했지만, 흥수의 엄마는 자기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극장에 가 유명한 성소수자 영화를 찾아본다. 그런 엄마의 반응을 보며 용기를 얻은 흥수는 더 이상 숨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결심한다. 늘 계산적이던 흥수가 계산을 내려놓고 단순해진 순간이었다.

영화 초반, 재희가 흥수에게 건네는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겠어라는 대사는 큰 울림을 준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약점을 규정하는 사회에 대한 뼈 있는 질문이자, 도시에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관계의 출발점임을 일깨운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용기,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 발견한 애정은 결국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허물고 연대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사랑이란 이해의 문제가 아닌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재희의 사랑 또한 자신과 상대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그리고 수많은 형태의 관계 속에서 나다움을 지킬 수 있다면, 그 관계 역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우리에게 묻는다. 사랑과 우정은 과연 얼마나 다른가? 때로는 우정이 사랑보다 더 깊은 이해와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도시라는 복잡한 공간 속에서, 서로를 지탱해 주는 관계야말로 가장 진실한 사랑법일지도 모른다. 둘은 도시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기대며, 그 과정을 통해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씩 찾아간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누군가의 약점을 바라보면서도 그 곁에 남아주고, 그 불안함마저 껴안아 주는 것. 서로의 상처와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지켜주는 태도야말로 대도시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우정의 법칙이자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사랑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도시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의 힘이다.


글 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