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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52호]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72 등록일2025-09-03

우리는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학교, 직장, 인간관계까지 모든 영역에서 비교와 서열화가 작동한다. 경쟁이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여겨지나, 그 이면에는 인간성과 공동체성을 침식시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경쟁은 개인의 동기를 자극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삶의 전반을 지배할 때 우리는 본질적인 것을 잃게 된다. 먼저, 심한 경쟁은 개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 타인의 성과는 곧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식되고, 실패는 무가치함으로 연결된다. 성과 중심의 문화는 사람을 성과 생산 기계로 만들고,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지속적으로 갉아먹는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소외되고, 그 소외는 분노와 좌절로 이어진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발전을 추구했지만, 그 대가로 마음의 평화와 인간다운 삶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또한, 경쟁은 공동체를 해체할 우려가 있다. 타인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이겨야 할 존재로 인식되며, 신뢰는 약화한다. 조직 내에서도 팀워크보다 개인의 성과가 우선시되고, 정보 공유는 경쟁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꺼려진다. 이는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구성원 간의 인간적 유대감을 약화시킨다. 공동체는 더 이상 함께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공간으로 변질된다.경쟁은 사회 구조의 불평등도 심화시킨다. 겉보기엔 공정해 보이지만,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확대한다. 교육, 취업, 주거 등 삶의 핵심 영역에서 경쟁은 기회의 불균형을 고착화하고 사회적 이동성을 제한한다.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반복적으로 승리하며, 계층 간 갈등은 깊어진다. 패배한 이들은 체념하고, 승자들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다. 이에 따라 사회는 점점 더 양극화되고 상호 이해와 연대는 사라진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윤리의식의 약화다. 결과 중심 사고는 편법과 부정행위를 정당화하고 정직과 성실은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여겨진다. 과정의 정당성은 무시되고, 성공만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도 성과만을 중시하는 풍조는 신뢰를 무너뜨린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효율을 추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윤리와 정의라는 중요한 가치를 희생하고 있다.물론 경쟁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건강한 경쟁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인간관계마저 경쟁의 틀 안에 가두게 될 때, 우리는 사람다움을 잃는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며 협력과 공감 없이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이제는 경쟁 중심 사회의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 성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협력과 연대를 촉진하는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성공의 기준을 존중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경쟁을 넘어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글 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