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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52호] 서울은 기회의 문일까, 버거운 장벽일까?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64 등록일2025-09-03

서울은 대학생에게 늘 양가적인 공간이다. 화려한 빌딩 숲은 꿈의 무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는 경쟁과 탈진이 숨어 있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 자매 미지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같은 도시가 얼마나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자매의 시선

주인공 미지의 쌍둥이 언니 미래는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한다. 그러나 동생 미지가 손을 잡으며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가기로 했다. 발목 부상으로 방 안에 머물던 미지는 언니의 자리를 대신해 서울의 현실을 마주한다. 동창 호수는 비밀을 알면서도 곁을 지켰으나, 청각 손상이 찾아오자 자신이 짐이 될까 두려워하며 서서히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이유도 모른 채 이별 앞에 선 미지는 홀로 남겨진 순간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고, 마침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설 용기를 얻는다.

반대로 미래는 두손리에서 농장주 세진을 만나며 도시의 속도를 벗어났다. 성과와 숫자가 아닌 땅의 리듬 속에서 그는 작물은 제때 자라고, 사람은 제때 쉬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배우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서울의 얼굴

출근 전쟁, 끊임없는 알림음, 회색 빌딩의 장면은 미래가 체감한 서울을 보여준다. 성과표와 보고 루프 속에서 사람은 대체할 수 있는 부품으로 전락한다. 도시는 청춘에게 피로의 리듬을 강요한다.

반면 두손리는 흙을 일구고 씨앗을 심는 느린 리듬을 제시한다. 그러나 서울은 차갑기만 한 공간도 아니다. 호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청력을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경쟁 속에서도 연대와 돌봄의 온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드라마 곳곳에 등장하는 은 서울의 문턱과 장벽을 은유한다. 방 안에서 문을 여는 미지, 회의실 앞에 주저앉는 미래, 법정에 선 호수의 모습은 청춘이 현실을 넘어서는 힘을 드러낸다. 결국 서울은 성취의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소진을 강요하고, 연대와 온도를 품은 다층적 공간으로 제시된다.

대학생에게 던지는 질문

이 작품은 화려한 성공담을 쫓기보다 자매의 선택을 통해 우리가 쉽게 외면해 온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디에서, 어떤 속도로 살아가야 하는가대학생에게 이 물음은 낯설지 않다. 졸업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며 불확실한 미래를 체감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미래와 미지의 여정은 빨라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각자의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작품은 성공의 정의는 결코 하나로 고정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서울은 기회의 문일까, 버거운 장벽일까드라마는 답을 내리지 않고, 시청자가 자신의 삶에서 답을 찾도록 거울을 건넨다.

대학생에게 서울은 취업과 기회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좌절을 안기는 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품은 그 좌절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시간 또한 여정임을 보여주며 느려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 역시 서울을 꿈꾸지만 그 무게에 주저한다. 하지만 <미지의 서울>은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일깨운다. 자매처럼 서로 손을 잡는 순간, 우리도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지금 대학생에게 꼭 필요한 자기 성찰의 안내서다.

당신은 어떤 얼굴의 서울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 드라마는 작품을 넘어 오늘을 사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비춘다. 성취와 좌절, 도전과 멈춤이 교차하는 현실을 보여주며, 시청자가 스스로의 속도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특히 불확실성과 피로가 일상이 된 시대에, 청춘이 지닌 회복력과 연대의 힘을 다시금 일깨운다. 누군가의 걸음을 따라가기보다 자기만의 보폭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상기시킨다.


글 박수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