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547호에 실릴 마지막 기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니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똑같이 아이템 회의를 진행하고 기사를 쓸 것 같은데 이다음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뒤숭숭하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신문사 수습기자로 활동하게 되었을 때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호기심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던 1학년 때는 기회가 되는 대로 선배 기자들을 따라다니며 취재하는 법을 배웠다. 2학년이 돼서는 학술부장으로 활동하며 지면을 구성하고, 1학년 때 내가 배운 것들을 멘티들에게 알려주며 정기자로서 입지를 다져갔다. 그리고 기획부장을 맡았던 3학년을 지나, 올해는 국장으로 활동하며 신문사에서 마지막 해를 보냈다.
수습기자의 변을 쓸 당시만 해도 떨리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었는데 이제는 서너 시간을 붙잡고 있던 글도 한두 시간이면 뚝딱 완성한다. 그만큼 많은 양의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몇 백 편의 기사를 작성하면서 머릿속에서 잊혀진 글도 많지만 유독 쓰면서 고생했던, 기억에 남는 기사 몇 편은 여전히 선명하다.
코너 기사 중 북유럽에 대한 글을 썼을 때는 밤을 새우며 기사를 작성했다. 관심 있는 주제였던 만큼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여러 서적과 통계 자료를 찾아가며 ‘한국인이북유럽에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내리고 싶었다. 기사 작성을 마치고 저장 버튼을 눌렀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기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고 느낀 순간은 지난 5월 생활디자인학과 학우들을 만났을 때였다. 대학 측의 일방적인 폐과 통보에 억울함을 토로하던 학우들은 인터뷰 말미에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학우들의 생각을 듣고 이를 대변하는 기사를 작성했을 때, 대학 신문의 존재 가치를 비로소 깨달았다. 수습기자의 변에서 ‘학생과 학교의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었는데 그 소망을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아 기뻤다.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는 나에게 자기해방 같은 존재였다. 옳은 것은 옳다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해야 하는 내 삶 속에서 신문사 활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되어주었다.
올해 국장을 맡으면서 힘든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함께 해준 이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별 탈 없이 기자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올겨울은 유독 춥다. 지인들에게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라는 한마디조차 진심으로 건네기 어려운 시기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기자들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에서 학우들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글을 쓸 수 있길 바란다. 여전히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지만 여기서 이만 글을 줄이겠다. 우리 대학 신문사의 무궁한 발전과 학우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빈다.
글 이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