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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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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44호]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5,817 등록일2024-09-04

올해 나에게 새로 생긴 취미는 여러 지역의 독립서점에 가는 것이다. 독립서점이란 독립출판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작은 서점이다. 내가 독립서점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형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여러 독립서적을 볼 수 있다는 점과 대규모 회사나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민 서점의 인테리어와 서점원이 책을 읽고 책 속의 감명 깊은 문장을 직접 소개하는 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라는 책은 올해 제주도의 한 독립서점에서 책 소개 글을 보자마자 내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구매한 책이다.

이 책은 시인 안미옥의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을 세심하게 기록한 일기이자 아들 나무가 태어나 다섯 살이 될 때까지의 성장을 함께 따라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아이의 곁에서 날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작가 또한 마치 새롭게 태어난 사람처럼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된다. 두려움 대신 용기로 매일의 낯선 감각을 마주하는 법을 새롭게 깨닫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이만큼이나 서툰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다정한 문장으로 나타낸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계속해서 자란다에는 아이와 함께 주고받는 일상을 통해 작가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나간다. 아이의 시선 속에서 일어난 일을 어른의 시선으로 한 번 더 바라보며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며 잃어버리고 감춰두었던 진정한 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2서툴다는 것은 배우고 있다는 뜻은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는 시인 안미옥의 일상과 아이를 통해 어렸던 의 상처를 치유 받는 순간을 담았다.

책 속에서 감명 깊었던 문장은 나무는 작은 것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안다.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린이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이다. 어른이 훔치고 싶어 할 만한 재능이다, 진열된 책 앞에 써있는 이 문장을 읽고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평소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내 행복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러한 아이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이 책의 나무도 엄마가집에 일찍 오는 것, 자신이 아는 글자를 발견하고 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사소한 것에도 크게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책을 읽고 난 뒤 생각해 보니 나도 어린 시절에 나무처럼 소소한 행복을 느꼈고, 그러한 행복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나무처럼 작은 일에 큰 행복을 느끼진 못하지만, 더 크고 다양한 행복들을 경험했고 앞으로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놀이터의 아이들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책 속에 의자에 앉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동작도 모두 연습하고 몸의 감각을 익혀야 가능한 것이었다니. 일상생활을 이루는 모든 동작이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사실인데도라는 문장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가 새로움이고 도전이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도전을 하며 자라왔다. 뒤집기부터 앉기, 걷기, 밥 씹기, 젓가락 집기 등 지금의 당연한 것들은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고 어쩌면 익숙해지기까지 무서웠던 것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것들, 새롭게 시작하기 두려웠던 것들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일상에 지쳐 즐거움이 없다고 느껴지거나 힐링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따뜻한 문장들로 공감과 위로를 건내줄 것이다.

 

글 한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