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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43호] 모두가 당연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715 등록일2024-07-03

지난 5, 배리어 프리 영화 상영회를 취재한 이후로 내 삶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전보다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통역사와 속기사가 행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말 대신 그림으로 협동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큰 울림을 받았다.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난생 처음 봤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사 작성을 위한 정보 수집에서 그치지 않고 행사 후에 배리어 프리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을 찾아보았다.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 장애물, 심리적인 벽 등을 제거하는 운동 및 정책을 의미한다. 유튜브에 배리어 프리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굴러라 구르님>이라는 채널을 발견하게 되었다. 구르님은 한국 사회에서 뇌병변 장애로 살아가는 모습을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 하고 있었다.

구르님이 신용산역 장애인 화장실을 소개한 숏폼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신용산역 여자 장애인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 초입에 자리 잡고 있어 구르님은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오해를 받은 경험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화장실 내 등받이와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용자 수가 적어 청소 도구함으로 사용되는 장애인 화장실의 사례를 들어 차별과 불편함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휠체어 타고 연남동 가보기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계단과 높은 문턱,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출입이 어려운 가게가 많아 자신의 입맛이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곧 맛집이 된다며 불편에 대한 고충을 담아냈다. 영상 끝 무렵에 들어갈 수 있을까고민 없이 식당을 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한 구르님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구르님이 호주 어학연수에서 경험했던 일을 토대로 제작한 영상을 보고 나서는 배리어 프리 영화 상영회에서 느꼈던 울림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호주의 한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서핑데이행사 참여를 두고 고민한 끝에 휠체어를 타고 행사에 참여한 구르님은 장애 스포츠 사업을 운영하는 강사를 만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서핑에 성공하게 된다. 또한, 한국에 비해 배리어 프리가 잘 실현된 호주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배리어 프리 영화 상영회와 구르님의 영상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에 대해 무관심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배리어 프리 실현을 위해 일상 속 장벽을 허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장벽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에 대해 모두 가능하다고 외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고대한다.

글 이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