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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515호] (우리말 소풍) 우리말, 알고 쓰자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853 등록일2021-04-13

말 속에는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말의 어원을 살펴본다면 그 나라의 당시 상황·분위기까지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말뜻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물건에 대해 가격이 저렴하면 싸다라고 말하고 기준보다 고가라면 비싸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싸다’, ‘비싸다의 원래 의미는 이러하지 않았다. 15세기 문헌에 의하면 값이 싸다의 말은 값이 적당하다, 그 값에 해당한다, 그 값이 마땅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현재도 상대가 잘못할 만한 짓을 했을 때 너는 맞아도 싸라고 말한다. 여기서 라는 말이 적당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비싸다의 원래 의미는 빚이 싸다라는 뜻으로 채무를 지기 적당하다’, ‘채무를 지기 마땅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말은 빚이 싸다빚싸다로 변해 오늘날 비싸다로 바뀌게 된 것이다.

개떡 같다라는 표현은 형편없거나 매우 보잘 것 없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개떡은 지금과 같이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은 시절 해 먹던 음식이다. 밀가루를 채치고 남은 찌꺼기나 메밀 속껍질 등 거친 가루로 만든 떡이기 때문에 모양뿐 아니라 맛도 보잘 것 없다. 그래서 예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지칭 할 때 개떡 같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왜 이 음식을 개떡이라고 불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존재한다. 그 중에 가장 유력한 추측은 변변치 못하다는 뜻을 가진 접두사 -’가 붙었다는 설과 겨로 만든 떡이라 겨떡이라고 하다 소리가 변했다는 설이다.

건방지고 주제넘게 굴거나 조심성 없이 행동하는 행위를 까불다라고 표현한다. 옛날에는 곡식에 섞여 있는 겨나 티를 날려 보내기 위한 도구인 를 위아래로 흔드는 행위를 까부르다또는 까불다라고 표현했다. 키질을 하면 금방 티끌이 날아가 없어져 버리는데 사람 가운데도 행동이나 말이 가볍고 조심성 없이 행동하는 것을 까불다로 통하게 되었다. 또한 까불이의 어원도 여기서 같이 나왔다. 키질을 하면 티끌이 금방 날아가 없어지는데 사람 가운데도 이런 사람이 있다고 하여 까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부랴부랴라는 말은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말의 어원은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면서 내달리듯 서두를 때 쓰는 말이었다. ‘불이야 불이야가 줄어서 부랴부랴가 됐는데 부리나케라는 말도 같은 원리에서 나온 말이다. ‘부리나케불이 나게에서 바뀐 말이다. 옛날에는 불씨가 귀해 부시를 쳐서 불을 일으켰는데 빨리 쳐야 불이 일어난다라는 의미에서 나왔다.

사랑니는 입 속의 뒤쪽 맨 구석에 나는 작은 어금니라는 뜻으로 매우 고통을 주는 이다. 사랑니는 주로 성년기에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기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때 나며 특히나 새로 어금니가 날 때 첫사랑을 앓듯이 아프다고 하여 사랑니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사람을 소매치기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두루마기 등 웃옷의 좌우에 있는 옷소매는 품이 넓어서 그 안에 돈이나 중요한 물건들을 넣고 다녔다. 소매치기는 그 옷소매 안에 있는 돈이나 물건을 훔친다고 해서 생기게 된 말이다.

매우 오래 하여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가 날 때 신물 나다라는 표현을 쓴다. 신물은 음식을 많이 먹었거나 체했을 때 넘어오는 시큼한 물이다. 사람은 한번 체하게 되면 그 음식을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잘 먹지 않게 된다. 그래서 쳐다보기도 싫은 지긋지긋한 일을 지칭할 때 신물 나다라는 표현을 쓴다. 지금은 비슷한 뜻으로 진절머리가 난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하곤 한다.

애매모호라는 말은 무언가 분명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사실 우리말의 애매하다는 죄가 없는데 벌은 받았다는 말로 억울하다’, ‘애꿎다와 같은 의미를 지닌 말이다. 그런데 일한자로 애매가 있는데 이 말은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어 모호와 같은 뜻을 지녔다. 그러다 일한자에 익숙한 일부 지식층이 말을 잘못 붙여 쓰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애매모호 하다는 표현 보다 모호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을씨년스럽다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말의 어원은 을사년이 변해서 생긴 말이다. 을사년은 1905년 일본이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강탈한 가장 치욕스러운 해였다. 그래서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할 때 을사년스럽다라고 한 것이 현재의 을씨년스럽다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말의 어원을 살펴본다면 말에도 품격이 생기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홍우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