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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55호] 세계의 주인, 이름의 역설이 던지는 질문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31 등록일2026-01-07

영화 <세계의 주인>에서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범죄자 관련 서명운동을 거부한 이주인의 행동이 친구들 사이에 의심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작은 균열처럼 보였던 사건이 점차 교실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결국 집단의 압력과 개인의 고립이라는 구조적 긴장을 드러낸다. 감독은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권력관계와 도덕적 강요가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수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한 개인이 낙인찍히며, 그 낙인이 곧 권력의 도구가 되는 과정은 낯설지 않다. 교실은 작은 사회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작동 방식은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다.

줄거리는 학내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질문인 다수의 선택이 언제나 옳은가? 그리고 개인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존중받을 수 있는가?’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윤가은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서 이미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사회의 단면을 비춰왔다. 이번 작품은 한층 더 날카롭다. 관객은 주인공의 선택을 따라가며 느끼는 불편함 속에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계의 주인>은 단순한 청소년 성장 이야기를 넘어선다. ‘세계의 주인이라는 개념을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재정의한다. 그것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관객에게도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침묵을 강요받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장이다. 주인공의 선택은 반항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다.

주인공은 규범에 복종하지 않고 자기 판단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선택은 곧 고립과 불안을 불러온다. 영화가 말하는 세계의 주인은 권력을 쥔 타자가 아니라, 책임을 감수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선택하는 주체라는 사실이다. 이 역설은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세계의 주인으로 살아가는가, 아니면 세계에 종속된 존재로 머물고 있나.

결국 이 영화가 남기는 중요한 감각은 불편함을 견디는 용기. 우리는 흔히 다수의 선택에 안도하며, 소수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 외면이 곧 폭력임을 드러낸다. 불편함을 직면하고, 그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태도다.

글 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