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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53호] 방송의 경계가 무너진다: 유튜브로 향하는 지상파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37 등록일2025-10-01

본방 사수라는 말은 점점 낯설게 들린다.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일상화되면서 시청자들은 TV를 더 이상 특정 시간에 맞춰 켜지 않는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영상을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면서, TV라는 기기의 위상 자체도 달라졌다.

과거 TV는 방송을 보기 위한 전용 수신기였지만, 이제는 OTT 서비스를 즐기기 위한 대형 디스플레이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시청자는 리모컨으로 TV를 켜서 방송 채널을 확인하기보다 곧바로 OTT 앱을 실행하는 데 익숙하다. 이는 곧 TV라는 하드웨어의 존재 이유가 방송 수신기에서 콘텐츠 플랫폼을 연결하는 화면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사 3사인 KBS, MBC, SBS는 최근 유튜브를 방송의 새로운 무대로 삼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힘을 싣는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습관 변화다. 본방송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이지만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와 조회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는 TV보다 모바일을 통한 영상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아, 방송사 입장에서는 유튜브가 사실상 필수적인 접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각 방송사는 저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KBS는 드라마와 예능 하이라이트, K-POP 무대 영상을 중심으로 채널을 운영하며 최근에는 <십분 클립>처럼 짧게 요약한 영상이나 숏폼 콘텐츠를 강화해 젊은 층을 겨냥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 인간극장><리무진서비스>는 유튜브 채널을 따로 개설하는 등 K-POP 중심의 콘텐츠가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

MBC디지털 퍼스트를 내세워 온라인 전용 콘텐츠까지 제작한다. 뉴스 부문에서는 <뉴스.ZIP>, <자막뉴스> 같은 웹 전용 코너를 운영하며, 예능 프로그램은 밈과 짤로 재가공해 확산력을 높인다. SBS는 드라마와 예능 클립 외에도 스포츠 중계 하이라이트를 빠르게 업로드해 조회 수를 끌어올리고 있어, 스포츠 팬층을 겨냥한 전략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TV 방송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형 이벤트나 스포츠 중계, 시사 프로그램은 TV가 가진 영향력이 크다. 다만 방송사들은 이제 TV와 유튜브를 상호 보완적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본방송은 프리미엄 무대, 유튜브는 확산과 재소비의 장으로 기능하며, 두 플랫폼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TV에서 첫 방영이 콘텐츠의 권위를 부여한다면, 유튜브는 그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시키고 새로운 맥락에서 소비되도록 만든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뛰어드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시청자와 광고 시장이 이동하는 곳으로 발 빠르게 따라가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사에게 유튜브는 더 이상 부차적인 채널이 아닌 또 하나의 방송 무대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지켜낼지, 그리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어떤 실험과 도전을 이어갈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글 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