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우리나라 문화는 낯설고, 일본 문화는 익숙한 세대
무분별한 일본 문화 확산…도시 풍경까지 일본화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일본 문화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극장가에선 일본 애니메이션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SNS를 중심으로 일본의 만화, 음악, 패션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10·20대를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일본 문화는 단순한 취향을 넘어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인기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나 전시회가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피규어나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려는 줄도 낯설지 않다. 이러한 소비문화는 이제 일본 콘텐츠가 우리 일상 속 깊이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는 관광 상품이 유행하고, 일본식 음식점이 거리마다 들어서며 도시 경관마저 일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우리 고유의 문화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광복절 80주년을 앞두고 경기도 동두천에서 열린 축제에서 기모노를 입은 퍼레이드가 열려 논란이 일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되새겨야 할 시기에 일본 전통 복장이 등장한 것에 대해 시민들과 독립운동 관련 단체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회 전반의 역사 인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은 기술 발전과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 것도 한몫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과 음악을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의 개방성이 외래문화에 쏠림 현상을 만들며, 자국 문화가 소외될 수 있는 환경을 동시에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경향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문화 정체성’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소비가 곧 문화 경험의 중심이 된 지금, 어떤 문화를 소비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도 달라질 수 있다. 청소년기부터 외국 콘텐츠만 익숙하게 접한다면,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은 점차 흐려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K-POP, K-드라마, 웹툰, 한식 퓨전 요리, 한글 디자인 콘텐츠 등 현대적이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우리 문화는 여전히 많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경험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외래문화를 즐기되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권영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