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이번엔 꼭 레어템이 나올 거야”
대전 시내 한 오락실. 인형뽑기 기계 앞에서 학생들이 레버를 당긴다.
5천 원을 쓰고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작은 피규어를 쥐고 환호하는 이도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확산 중인 ‘가챠(Gacha)’ 열풍의 단면이다.
가챠는 일본 캡슐토이 문화에서 시작된 무작위 추첨식 판매 방식이다. 초기에는 작은 장난감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전자기기·캐릭터 굿즈·한정판 피규어·팝업스토어 기념품까지 품목이 확대됐다. 판매처도 오락실에서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넓어지며 접근성이 좋아졌다. 여기에 SNS 문화가 더해지면서 단순 뽑기를 넘어 또래 간 공유되고 소비되는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소비에는 행동경제학적 함정이 숨어 있다. 실패가 반복될수록 ‘다음엔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확률적 보상 구조, 이미 지출한 금액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매몰 비용 오류가 대표적이다. 결과의 불확실성은 ‘변동 보상 효과’로 더 큰 몰입을 낳고, 작은 성공은 ‘초기 보상 효과’가 되어 소비를 이어가게 만든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했을 때 느끼는 박탈감은 손실 회피 심리를 자극해 추가 시도를 부추긴다.
문제는 주요 소비층이 학생이라는 점이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지출은 생활비 압박이 되고, 실패는 큰 박탈감을 남긴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확률형 상품 규제를 검토 중이며, 금액 한도 설정·결제 내역 기록·공동 소비 같은 대안이 논의된다. 또한, 건전한 소비 문화 캠페인과 상담 프로그램 마련이 요구된다.
가챠는 또래 간 소통의 수단이자 문화지만, 동시에 사행성 논란과 불안정한 현실도 안고 있다. 즐거움과 중독 사이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한도를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가챠가 건전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글·사진 박수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