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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544호]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작가의 편지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5,815 등록일2024-09-04

지난 625일부터 오는 922일까지 이응노 미술관에서 김윤신 작가(이하 김 작가)의 특별기획전 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를 진행한다.

김 작가는 대한민국의 1세대 여성조각가다. 1964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하면서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응노 작가에게 조각 기법을 알려주며 교류를 시작했다. 김 작가와 이응노 작가는 모두 조각과 회화라는 매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예술의 갈래로 여겼다. 오히려 평면과 입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시도 속에서 각각이 지닌 한계를 돌파하려고 시도하며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확장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전시는 김 작가와 이응노 작가가 교류한 지60년이 되는 해이자 김 작가가 아르헨티나에 정착해 오롯이 자신만의 창작에 매진한 지 4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이 전시를 통해 김 작가가 자연적 추상성을 바탕으로 구축한 시각 언어를 생애 연대기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파리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김 작가는 1984년에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후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 시기 김 작가가 작업한 회화에서는 남미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조형성과 색채가 나타난다. 그로부터 40여 년간 그녀는 자연주의에 기반한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예술 언어를 구축했다.

김 작가가 자신의 예술세계 근간이라 설명하는 동양 철학은 합이합일분이분일이다. 이는 서로 다른 둘이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라는 뜻으로, 김 작가는 조각의 과정 또한 이와 같다고 본다. 나무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 공간을 나누어 가며 온전한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김 작가는 조각과 평면의 경계를 흐려 하나가 되는 작품을 시도했다. 이는 어느 순간부터 김 작가의 조각 작품에서 회화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이후 김 작가의 조각 작품에서는 아르헨티나 정착 이후 평면에서 탐구한 풍부한 색조를 볼 수 있다.

김 작가 작품의 고유한 생동감과 특유의 표현은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겪어낸 삶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작품 60여 점과 아카이브 90여 점, 150여 점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인생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김 작가의 삶을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면 도슨트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