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지방대의 고립,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
기회의 분산 업시는 진정한 공정도 없다.
지방대학의 고립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인턴십, 연구, 문화 활동 등 대학생의 성장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대 학생은 출발선에서부터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으며, 이는 단순한 교육 격차를 넘어 기회 불평등과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로 확산된다.
대표적인 예가 인턴십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대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탓에 인턴 채용 공고 자체가 수도권 대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짧은 기간의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생활비와 숙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방대 학생들은 지원을 포기하기도 한다. 반면 수도권 대학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회사 출근이 가능해, 동일한 역량을 가지고도 시작점부터 차이를 경험한다. ‘물리적 거리’가 곧 ‘기회의 거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은 취업 프로그램과 기업 연계 기회에서도 드러난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기업 맞춤형 취업 연계나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활발하지만 지방대학은 지역 산업의 한계로 협력 기업이 적다. 기업 설명회나 현직자 특강도 대부분 수도권에서 열려, 수도권 학생은 중심에 서고 지방대 학생은 주변에서 기회를 바라보는 구조가 반복된다.
통계 역시 이 격차를 뒷받침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 대학 취업률은 67.5%로, 비수도권(62.8%)보다 4.7% 높았다. 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조사에서는 비수도권 고교 출신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경우 83.6%가 수도권에 정착했으며, 지방대에 진학한 수도권 출신도 76.6%가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갔다. 결국 지방대는 인재를 길러도 지역에 남지 못하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결국 지방대의 고립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닌 구조의 문제다. 수도권 중심의 교육·취업 생태계가 유지되는 한, 지방대는 점점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지방대의 경쟁력 약화는 학교 문제를 넘어 지역의 경제와 사회를 동시에 위축시키는 국가적 문제다.
이제 지방대의 문제를 지역 이슈로만 볼 수는 없다. 지방대가 무너지는 순간, 지역 산업의 기반 또한 함께 붕괴된다. 정부·지자체·기업은 지방대학이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수도권 수준의 인턴십 기회와 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지방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균형 잡힌 교육 환경은 지방대의 생존을 넘어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수도권의 집중이 아닌, 전국 어디에서든 도전하고 성장할 기회의 분산에서 시작된다. 수도권 중심의 편의적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청년들의 기회는 계속해서 한쪽으로 쏠릴 것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불균형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해답은 공정한 출발선을 만드는 데 있으며,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 대응이 절실하다.
글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