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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의 가면을 쓴 ‘셀렙 파티’
과연 그 진정성은 어디에 있을까
국내 여성 패션 잡지 ‘W코리아’가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을 내세우고 주최한 자선 행사가 취지와 맞지 않은 행사 운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월 15일, W코리아는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2025’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매년 여성의 유방암 인식 향상과 조기 검진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목표로 기획됐다.
논란의 시작은 행사 뒤풀이에서 벌어진 공연이다. 가수 박재범이 자신의 곡 ‘몸매’를 선보였는데, 해당 곡의 가사에는 여성의 신체를 묘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유방암 인식 개선이라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 곡을 부른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한, 일부 참석 연예인과 셀럽들이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착용한 모습 역시 논란을 키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방암 인식 캠페인이라더니, 마치 셀럽들의 사교 파티 같다”, “자기들끼리 술 마시고 춤추는 모습이 인식 개선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기부금이 공개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W코리아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했던 ‘누적 기부액 11억 원’과 실제 금액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W코리아가 2007년부터 올해 11월까지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한 누적 금액은 총 3억 1,569만 원이었다.
연도별 기부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연마다 수천만 원대, 지난해의 1억 2,530만 원으로 지속적인 기부가 이어졌지만 그동안의 기부를 다 합해도 11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W코리아는 “올해 행사로 누적 기부금 11억 원이 모였으며, 약 500명의 여성에게 특화 검진 기회를 제공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감안돼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1억 원에 그친 규모는 행사 취지에 비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의 중심은 이 행사가 과연 ‘유방암 인식 개선’이라는 취지를 충실히 수행했는가에 있다. W코리아는 유방암 캠페인을 내세워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초청하고 기업 협찬을 받아 행사를 진행했지만, 실제로 유방암 환우에게 도움이 되거나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회적 문제를 알리는 데에 셀럽의 영향력과 미디어의 힘을 빌리는 것은 분명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캠페인이 ‘보여주기식 행사’로 변질될 때 그 안의 진정성은 쉽게 퇴색된다. 더군다나 사회적 의제를 내세운 캠페인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은 투명한 운영과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글 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