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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인문학, 지역과 함께 물들다.

작성자대학신문방송국  조회수5,851 등록일2024-09-04

윤인선 교수의 인문도시 지원 사업 이야기

Q. 교수님 소개와 인문교양학부 소속으로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인문교양학부의 윤인선 교수입니다. 인문교양학부에서는 글쓰기, 발표와 토론, 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다중전공인 글로벌 한국학과 외국인 대상 대학원에서 한국문학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언어 문학 연구소 소장으로 학술 활동을 이끌고 유성구,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2022년부터 3년간 인문도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2022년부터 3년 동안 유성구와 함께 인문도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계시는데, 인문도시 지원사업은 어떤 사업인가요?

A. 인문도시 지원사업은 인문학을 도시에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지역을 브랜딩하고 인문학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둔 사업입니다. 우리 대학은 대전에 연고를 가진 대학으로, 인문학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인문학 대중화를 추진하며 우리 대학이 그 매개 기관으로서 지역의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약 25년 가까이 이어져 왔습니다. 정부에서도 인문학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문학 전공 교수님들과 함께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문학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인문학 대중화라는 맥락에서 시민 대상인문학 강좌를 기획했으며 이를 통해 지역을 살리기 위한 인문학적 지역 브랜딩을 추진했습니다. 이 사업은 이미 15년 정도 진행되었으며 인문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Q.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대전과 충남 지역에 인문학적인지역 브랜딩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대전은 과학과 국방의 도시로 인문학이 주목받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대전에는 인문학적인 자원이 많습니다.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인문학적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공간들이 있고, 지역에 기반한 문학이 있으나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학이 지역의 중심에 있는 만큼 인문학전공자로서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인문도시 지원사업의 콘셉트가 해마다 달라지는데, 이러한 콘셉트를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인문도시 지원사업의 콘셉트는 별빛 물듦의 도시 유성으로, 얼핏 유성이라는 말이 문학적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지역명인 유성을 가리킵니다. 이 콘셉트를 선택한 이유는 대전과 유성이 과학으로 발전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카이스트와 엑스포 등 과학 관련된 다양한 기관들이 밀집해 있지만 동시에 향교, 서원, 도서관 등 인문학적인 자원도 풍부합니다. 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과거와 미래 그리고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융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유성구는 다문화 도시로 외국인 비율이 높아 내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별빛 물듦의 도시 유성맥락 아래 첫해에는 과학 낭만에 물들다를 주제로 과학과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했고, 두 번째 해에는 사람 서로에게 물들다를 주제로 내국인과 외국인의 상호 영향을 인문학적으로 탐색했고, 마지막 해에는 미래 과거에 물들다를 주제로 첨단 과학과 전통이 서로 공존할 가능성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문도시 지원사업은 별빛 물듦의 도시 유성이라는 콘셉트 아래, 유성구의과학과 인문학 자원이 공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인문도시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기억에 남는 점은 무엇인가요?

A. 홍보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10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유성구민도 많이 참여해 프로그램 당 약100명씩 참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1년 차에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한 시민이 있었습니다. 그분께 왜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지 여쭤봤더니, 대전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즐거움과 만족을 느껴 계속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Q. 진행하시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학우들이 어떻게 생각하길 바라시나요? 혹은 프로그램이 학우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원하시나요?

A. 인문학 프로그램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희는 연구를 위한 아카데믹한 인문학이 아닌 시민을 위한 인문학 대중화를 지향합니다. 특히 제가 2년 동안 준비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프로그램은 물듦 in()씨네, ‘영화를 통해 혹은 영화 안에서 사람이 물들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30분짜리 단편 영화를 보고 감독과 관객이 함께 영화에 관해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수다입니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자신의 이야기도 하게 되면서 나를 반성하게 되고 사회 비판도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수다들이 시민 인문학의 기반입니다. 저는 인문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수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인문학을 외우는 것이 아닌 수다로 접근해 같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인문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무엇인가요?

A. 인문학은 공기와 같습니다. 공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어서 그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며 그 중요성을 자주 잊곤 합니다. 그러나 인문학도 공기처럼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든 일반인이든 모두 인문학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설득하고, 상상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인문학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공학도로서 제품을 개발한다고 할 때, 그 과정에서 상상하고 고민하는 활동 자체가 이미 인문학적 활동입니다. , 공학의 소재를 활용해 인문학적인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활동에는 인문학적인 기반이 있습니다. 인문학을 공기처럼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가벼이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의 핵심이 되기에 우리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물론, 인문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삶을 살고, 나의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책을 읽고 수다를 떨기 시작하라는 겁니다. 그럼 분명히 상상력이 향상되고, 내가 가진 공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대한 상상력도 함께 확장될 것입니다.

Q. 인문학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활동이나 취미가 있을까요?

A. 영화를 보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을 추천합니다. 30분 이상 되는 단편영화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후, 그 영화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 후속스토리, 영화가 우리 사회나 주변에 준 영향, 주인공에 나를 투영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떨다 보면 상상력이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콘서트 관람, 노래 듣기와 같은 문화적 경험 후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습니다. 문화적 경험과 수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인문학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인문학을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여러 명이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건 절대 변하지 않는 기본 원칙입니다. 다만 그것이 쉽지 않고 어려울 수 있으니 다양한 경험에서 시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면 인문학적 사고와 방향이 향상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책을 읽고, 교양 수업을 통해 더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A.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물듦 in() 씨네라는 다 같이 모여 단편영화를 보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12회차 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11월에는 신동엽의 시금강을 함께 읽고 참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의 구절을 대사로 만들어 이를 라디오 연극으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사명은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이끄는 것입니다. 지난 학기 카메룬 국적의 프랑스인 마포 로로가 공연했을 때의 긍정적 반응에 이어, 청각장애가 있는 중국 여학생이 자신의 삶을 다룬 모노드라마를 한국어 자막과 수화자막을 함께 준비 중입니다. 또한, 지난 학기에 성원이 있었던 영화를 함께 읽는 모임이라는 콘셉트의 배리어프리 상영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대사와 음향, 상황 등을 자막으로 만들어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영화를 시청하고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글쓰기, 창작, 토론 등을 통해 결과물을 출판하는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교수님께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시는 목표가 있으실까요?

A.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첫째, 인문학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심고 싶습니다. 인문학은 수다처럼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싶습니다. 둘째, 개인적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문학적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미 많은 공학 프로그램과 지원이 있어 공학적인 경험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인문학적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인문학적인 경험을 한번 해보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지만, 경험조차 하지 못하면 이야기는 다른 것 같습니다. 따라서 3년간의 사업을 통해 편안하게 인문학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우리 대학이 단순히 공학 교육에 특화된 학교가아니라 인문학적인 면에서도 잘 갖추어진 학교로 인식 되기를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인문학은 수다다라는 이야기를 꼭해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자기자신의 가능성을 한계 짓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나는 뭐 이것만 하면 돼”, “나는 뭐 공대 다니니까 이것만해야지라며 자기자신을 한계를 짓고 자기의 천장을 만드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에서 매 순간 마주하는 것에 진지하게 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걸어온 길에 방향성이 생길 것입니다.

 

사진 조혜원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