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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영화를 벗기다

작성자신문방송국  조회수967 등록일2023-03-13

지난해 3월, “비 오는 날 보기 좋은 영화가 있다”라는 친구의 한마디에 <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찾아보게 되 었다. <중경삼림>은 1994년에 홍콩에 서 개봉한 영화로, 1990년대 홍콩 영 화의 전성기를 이끈 왕가위 감독의 신 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중경삼림>에 나오는 두 개의 이야 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 다. 1부는 경찰 233과 금발의 여자가 어느 술집에서 만나며 이야기가 진행 된다. 2부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가 게에서 경찰 663과 알바생 페이가 만 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개봉한 지 20년도 훌쩍 지난 <중경 삼림>은 지난해 3월 4일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서 재개봉했다. <중경삼림> 속에 숨겨 져 있는 1990년대 홍콩의 시대적 배 경을 찾아보고 난 후 영화관에서 재 관람하니 이전보다 더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래서 <중경삼림>을 보기 전 알아 두면 좋을 당시 홍콩의 시대 적 배경에 대해 소개해본다. 영국의 소유였던 홍콩은 1997년에 중국으로 다시 반환되었다. 서양의 가 치관과 중국의 문화가 공존했던 홍콩 이 이제는 완전한 중국의 사회주의 체 제로 편입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체 제와 질서를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홍콩인들은 중국으로의 반환에 큰 혼란을 느꼈다. 1부에 등장하는 금발의 여자는 늘 선글라스와 레인코트를 입고 다녀 외 관상으로는 서양인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는 동양의 핏줄에 영국 문화 를 가진 홍콩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 다. 1부 마지막 부분에서는 금발의 여 자가 서양인을 총으로 사살하는데, 이 는 영국을 향한 홍콩인의 배신감과 분 노를 상징한다고 해석된다. 또한, “캔 의 유통기한이 말해준다. 내게 별로 남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이라는 경 찰 233의 대사에서 중국으로 반환되 는 날을 의식하며 사는 그 당시 홍콩 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경찰 233은 여자에게 광둥어, 영어, 일본어, 북경어로 말을 걸지만 여자는 경찰 233이 유일하게 북경어로 말을 할 때만 그의 말에 대답한다. 이 장면 을 통해 홍콩에 중국의 시대가 다가오 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부에 등장하는 ‘미드나잇 익스프 레스’ 가게의 직원인 페이는 경찰 663 의 집에서 그의 전 애인에 대한 흔적 을 지우며 집을 청소한다. 이때 경찰 663의 집을 홍콩에 비유한다면 경찰 663의 집에 침입해 조금씩 집을 바꿔 놓은 페이는 새로운 중국이 하나씩 바 꿔놓을 홍콩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중경삼림>은 OST도 유명한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곡은 ‘CALIFORNIA DREAMING’이다. 당시 이민을 꿈꾸 던 홍콩인들에게 캘리포니아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로 꼽혔다. 또한, 히피 문화의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노래 가 사처럼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이 자유로운 미래를 꿈꾼다는 희망의 메 시지가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중경삼림>은 얼핏 봐서는 일반적 인 로맨스 영화라고 느낄 수 있다. 그 러나 위에 언급한 영화 해석처럼 <중 경삼림>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본다 면 말은 달라진다. <중경삼림>을 통해 중국으로 반환되기 이전 홍콩의 모습 을 영화에 많이 녹여내고 싶었던 왕 가위 감독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글 이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