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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영화를 벗기다) 영화 <반도>의 불편한 점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774 등록일2020-09-10

영화 <반도>20161,000만 흥행 영화인 <부산행>의 후속작품이며 두 작품 모두 연상호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부산행>은 해외에서도 인기를 증명하며 사실상 K-좀비를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마침내 우리나라는 <부산행>을 통해서 K-좀비도 흥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서인가 다양한 한국 좀비물들이 연이어 나왔다.

<반도><부산행>의 내용을 이어받아 4년 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부산행>의 대단한 흥행 때문인지 부산행의 반도 못 간다라는 평가를 받는 등 비교적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부터 <반도>의 불편한 점을 파헤쳐보겠다.

4년 후 반도에 있는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아예 미쳐버린 631부대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려는 사람, 딱 두 종류였다.

631부대 사람들은 사람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사람들 등에 번호를 쓰며 철조망 안에 좀비를 풀어놔 숨바꼭질을 하게 만든다. 그들은 그것들을 즐긴다. 후자는 민정(이정현), 준이(이레), 김노인(권해효)이 오직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추가해서인가 첫째로 불편했던 점은 주목해야 할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 정석(강동원), 631부대 악역들, 민정(이정현)과 그녀의 딸들, 김노인(권해효), 좀비들까지 116분의 러닝타임 동안 각 인물들을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인물들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계속되는 신파 작전은 욕을 먹기에 딱 적당했다.

두 번째로 <반도>에서 지금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 중 하나가 신파이다. 신파는 일부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해 울게 만드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작정 울리려는 작전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독이 될 수 있는데 그 케이스가 딱 <반도>이다. 인물과 스토리를 파악하기도 전에 무작정 슬픈 분위기만 만들어내면 우리는 공감할 수 없다. 사실 <부산행>에도 마지막 부분에서 석우(공유)는 감염이 되고 과거를 회상하며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반도>와 다른 점이라고 하면 여태까지 주인공의 고군분투한 모습들을 다 본 상황이고 충분히 공감하고 울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시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약간 그 장면이 불편했다던 평가도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그 장면이 관객들을 울리기에 충분한 요소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반도>에 신파를 많이 첨가하였다. 덧붙인다면 굳이 희생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 방법이 있을 것 같았던 민정에게서도 신파가 작용했다.

세 번째는 영화적 요소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부산행>에서는 최소 1분에서 최대 5분 사이에 좀비가 되지만 영화 초반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 검역을 통과한 사람들 사이에서 좀비가 나오면서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부산행>의 후속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그 특징을 구체적으로 녹여내지 못했다.

또한, 다시 한 번 의문스러운 장면들이 나온다. 폐허가 된 반도에 정석은 차를 타고 온 길을 누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휘발유의 수명은 2년이기 때문에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동차는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소리에 민감한 좀비들이 조용한 서울 한복판에 자동차가 움직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소음으로 인해 무조건 자동차에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은 그려지지 않았고 심지어 헬리콥터가 날아와도 좀비들은 오히려 자동차 경적에 더 반응하는 모순된 장면이 그려진다. 이외에도 허술한 점을 너무 많이 보여 영화의 완성도는 비교적 떨어졌다.

<반도>는 좀비들에 의한 스릴보다 액션이 많이 첨가 돼 있는 영화다. 극 중 준이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이레는 차로 좀비들을 완전히 농락시킨다. 준이(이레)의 액션신은 영화 <매드맥스>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진 장면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도 멋있다는 반응과 뻔하다는 반응으로 갈린다.

끝으로 정리하자면 <반도>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영화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이에 부응하진 못했다. 다만 <부산행>의 후속작이라는 수식어만 빼면 나름 볼만했던 영화이다. <반도>를 보게 된다면 <부산행>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을 최대한 버리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 홍우림 기자